봄나물, 가을 독도새우 버무려…한국 사계절 담아낸 이탈리아 만찬

입력 2023-12-21 18:29   수정 2023-12-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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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시간이 우리 모두를 초대해요.

lasciare i pensier tristi e van dolori.
슬프고 괴로운 생각은 버리세요.

Mentre che dura questa brieve vita
이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ciascun s’allegri, ciascun s’innamori.
모두가 기뻐하고 모두가 사랑에 빠지리.

이탈리아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구찌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벽에는 르네상스 시대 문화 부흥기를 기리는 노랫말이 숨겨져 있다. 초록색 벽 사이 띠처럼 새겨진 금빛 이탈리아어. 15세기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렌조 데 메디치가 지은 축제곡 ‘일곱 행성의 노래’다.

구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14~16세기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걸작이 남아있는 도시 피렌체에서 1921년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옛 영광을 기억하는 오마주를 곳곳에 녹여왔다. 피렌체의 시대적 관능과 낭만을 시각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해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도 심어놨다.
서울 한복판에서 느끼는 피렌체 앤티크
알아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서울 이태원로 ‘구찌가옥’ 6층에 자리 잡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벽면에도 피렌체 오스테리아에 새겨진 로렌조의 노랫말이 가늘게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을.


구찌 오스테리아는 피렌체 1호점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에 이어 지난해 3월 서울에 4호점을 냈다. 서울은 르네상스 양식을 적용한 피렌체 인테리어와 가장 비슷한 매장이다. 구찌를 상징하는 초록색 벽, 시그니처 심볼인 별 문양의 천장 조명과 바닥 타일, 테라스 모자이크까지.

피렌체의 영광을 계승하겠다는 구찌의 고집은 ‘헤리티지’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전통과 유산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다. 헤리티지를 향한 철학은 다른 문화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구찌가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름으로 한국의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이라 지은 것이나, 지난해 5월 갖은 고비를 넘기고 경복궁 근정전에서 패션쇼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찌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도전을 즐긴다. 공간과 패션뿐 아니라 요리에서도 그렇다. 구찌 오스테리아를 총괄하는 마시모 보투라 셰프는 “전 세계에 있는 구찌 오스테리아에는 이탈리아 요리와 각국 요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 존재한다”며 “서울에서도 한국과 이탈리아가 어우러진 요리를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요리 한 접시에 담긴 동·서양의 문화
미식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오감으로 체험시킬 최적의 마케팅 수단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들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홍보해주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레스토랑을 열어 요리, 인테리어, 테이블웨어, 메뉴판, 심지어 화장실에도 공들여 브랜드의 철학을 담는다.

구찌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상설 파인다이닝을 운영한다. 루이비통은 팝업 형태로 레스토랑을, 에르메스와 디올은 브런치 카페를 선보였다.

사계절을 두 바퀴 돈 지금까지 드러난 구찌 오스테리아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전통 이탈리아 요리에 한국의 제철 식자재와 식문화를 접목해 독창적인 멋과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 겨울 메뉴로 선보인 ‘카피토네 델라 비질리아’는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역에서 연말에 즐기는 장어 요리에 얼갈이배추, 잣, 멸치 등 한국 식자재를 곁들였다. 봄 메뉴 ‘센티에로 디 마운트 한라’는 제주의 향기를 담았다. 비장탄으로 구운 토종 제주 흑돼지 등심에 참나물로 페스토를 만들어 곁들이고 유채꽃, 마늘종을 올린다.

경복궁 패션쇼를 기념하는 여름 메뉴 ‘레지나 디 마레’는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도미찜을 이탈리안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갖가지 식자재로 소스를 만들어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을 구현했다. 여름이 제철인 보라성게를 활용한 ‘딥 퍼플 헤이즈’, 가을 메뉴 중 독도새우를 넣은 ‘피오레 디 마레’, 한국인의 별미 생선 전어를 이용한 파스타 ‘브레자 도투노’ 등 국내산 식자재로 만든 이탈리아 만찬이 계절마다 이어졌다.

한 접시에 한국과 이탈리아를 절묘하게 담는 이 작업은 한국인 전형규 셰프와 이탈리아 출신인 다비데 카델리니 셰프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함께 이끌었기에 가능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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